[이슈 인터뷰]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
“‘자사주 개혁’ 3차 상법 개정 연내 통과 위해 속도”
“내년에는 스튜어드십 코드, 공시제도 개선 적극 추진”
■ 서울대학교 법학과
■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로스쿨 석사
■ 제39회 사법시험 합격
■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 제21대·22대 국회의원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 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부의장
■ 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
코스피 지수가 4100포인트를 넘어섰다. KB증권은 11월 6일, 내년 목표 코스피 지수를 5000선으로, 장기 강세장이 펼쳐질 경우 7500선까지 제시했다. 환율 변수가 있긴 하지만 한국 주식시장이 이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지나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기형 의원(59·서울 도봉을)은 민주당 내에서 주식시장 활성화 TF단을 이끌어왔다. 현재도 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은 코스피5000특위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사 주식을 반드시 소각하도록 제도화하면 주가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주식시장 활성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힘써온 오 의원을 11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민주당에서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뜻이 맞는 민주당 의원들끼리 상법 개정 등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을 논의해왔다.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법사위원들을 만나 설명하러 다녔다.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혁 논의가 확대되면서 주식시장 활성화TF 단장을 맡게 됐다. 대통령 선거 때는 당 선거 조직에 코스피5000시대위원회가 생겼고, 선거 이후 당내 코스피5000특위가 만들어져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현재 같이하는 의원은 10여 명이다. 제가 위원장이고, 김남근 의원(서울 성북을)이 간사를 맡고 있다.”
주식시장 활성화 대책을 오랫동안, 깊이 논의해온 것으로 안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밸류업(기업들이 제대로된 평가를 받아 주가를 부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과거 윤석열 정부 때도 큰 흐름에서 공감대가 있었다. 실제 작년 1~2월 윤 정부에서 밸류업 준비가 많이 됐었다. 이 정책의 뿌리는 일본이다. 2014년에 일본의 ‘이토 보고서’(일본 경제산업성이 이토 구니오(一藤邦夫) 히토쓰바시대 교수의 주도로 2014년부터 추진한 프로젝트) 리포트라는 게 나온다. 잃어버린 30년을 겪고 있던 일본이 저성장을 극복하는 방법의 하나로 ‘생산적 금융’ 얘기가 나왔다.”
자세히 설명해 달라.
“이토 보고서 요지(要旨)는, 성장을 위해서는 가장 생산적 기업, 혁신적 기업에 자본이 들어가게 해줘야 한다는 거다. 그러려면 기관 투자자에게 생산적 기업이나 이노베이션하는 기업에 투자할 유인을 줘야 한다. 배당금을 주든지, 아니면 긴 호흡으로 장기투자할 거니까 소통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공유가 있어야 한다는 게 포인트다. 이토 보고서에서 냈던 내용이 이후 일본 주식시장에서 10년 동안 관철됐다. 그래서 닛케이지수(일본의 간판 주가지수)가 2014년 시작해서 딱 10년 동안 3배가 됐다.”
일본 금융성장 이끈 ‘이토 보고서’ 벤치마킹
이토 보고서가 제시한 것은 어떤 밸류업 정책인가?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큰 흐름이다. 회사의 경영진이 주주 가치를 중심에 두는 경영을 하라.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는 게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ROE(기업이 자기자본을 활용해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나 PBR(주가 순자산 비율, 기업의 순자산 비율보다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 낮은지를 나타내는 지표)이 중요해진다. 요약하면 기관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도록 자본의 효율성을 확보하고 주주 환원이 이루어져야 일본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적 금융’으로서의 성장 엔진이 된다는 거다. 윤 정부가 이걸 모델로 삼았다.”
정책의 방향은 맞는 것 같다.
“지금 민주당에서 이야기하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도 90% 이상이 다 그 내용이다. 그래서 상법 개정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할 때 제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다 당신들이 하려고 했던 거다. 사회적으로 논의가 축적된 내용이기 때문에 80~90%는 그대로 할 거다’고 얘기했던 거다. 그렇게 해서 지배구조 개혁과 관련된 1차, 2차 상법 개정을 했고, 자사주 문제도 해결해야 해서 지금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공시 제도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듣고 보니 최근의 주식시장 강세 흐름이 이해된다.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이 주식시장 활성화를 추진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한국 주식시장 이미지가 ‘박스피’(박스권+코스피, 1800~2200포인트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국내 증시)라든지 ‘국장 탈출은 지능 순’ 이런 말이다 냉소적 시선이다. 이 냉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 그래서 7월에 1차 상법 개정(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 8월에 2차 상법 개정(집중투표제 도입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때 당내에서 일부 이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 초기부터 과감하게 가자고 우리가 설득한 거다.”
4000포인트를 넘어선 걸 보면,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담은 1, 2차 상법 개정 성과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썼던 사람들 중에 지금의 코스피 4000포인트 상황을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JP모건도 6월 중순에 낸 리포트에서 ‘1년 내 3200’을 이야기했다. 그러다 1차 상법 개정 뒤 7월에 처음으로 ‘2년 안에 코스피 5000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더라. 그만큼 시장에 냉소가 있었던 거다. 우리 특위는 올해 안에 역대최고치인 3309를 돌파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돌파했다. 새 정부의 자본 시장 활성화 정책을 바라보는 시장의 호기심이 있었고, 2차 상법 개정이 끝나니까 그 호기심이 기대감으로 바뀐 거다.”
“빚투 우려는 기우, 시장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
주식시장이 과열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빚까지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부동산 규제로 묶인 유동성에다 마이너스 통장 등을 이용한 신용대출까지 일으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흘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는 통계도 있다. 증시 거품이 꺼지거나 오랫동안 조정 국면에 계속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
빚투 우려도 나온다. 역시 주식은 여유자금으로 장기 투자하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겠지만, 제가 만나본 외국 애널리스트들의 기본적 시각은 최근의 오르내림에 대해 관세협상이나 AI 거품론 등 글로벌 이슈에 따른 일시적 변동이라고 보더라. 기본적인 주식 시장의이 추세가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는 얘기다. 국내 증시 정상화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봐도 된다. 다만 투자와 관련해서는 원론적으로 공자님 같은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가치투자, 장기투자,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개인투자자가 혁신적 기업이 어디인지를 판별할 능력이 있으면 더 좋고, 안 되면 전문가한테 맡겨야 한다.”
환율 문제도 있다. 환율이 달러당 1460원대까지 올라갔는데, 주식 시장에 외국 자본이 들어오고 있다는 건 이례적이다.
“단기적인 국면에서는 환율이 올라가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의 신규 투자는 멈춰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지난 9월부터 외국자본 유입의 흐름이 더 세졌다. 지금 상황이 이례적인 게 맞다. 그래서 저희도 지금 기재부나 한국은행과 계속 점검하고 있는데, 첫 번째, 이게 다시 외환위기가 올 만한 상황이냐? 그건 아니라는 의견이 많더라. 두 번째, 이게 뉴노멀이냐? 최근의 상황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에 따른 영향이 있다고 본다. 한국 주식시장을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과거에는 냉소였다면, 새 정부가 추진하는 법규와 제도에 호기심을 보이다가 이제는 확연히 신뢰가 형성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3차 상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자사주 개혁은 어떻게 가야 될까?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라고 해서, 인적 분할할 때 말도 안 되는 형태의 지분율 변동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그런 관행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왜냐? 회사가 주주들한테 돈을 받으면서 권리로 주는 게 주식이잖나. 회사가 돈을 주고 주식을 가져온 거다. 그러니 미발행 주식으로 보는 게 맞다. 그렇게 보유한 자사주를 시장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지배주주나 경영진들에게 유리하게 하는) 이상한 관행들이 쌓이면서 문제가 된 거다. 자사주를 취득할 때에나 처분할 때에도 모두 주주평등의 원칙이 관철되어야 한다. 이 점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시장에서도 호응하고 있다.”
현재 법사위에서 손을 보고 있는 3차 상법 개정안은 상장사가 자사주를 매입한 후 일정 기간 내 반드시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발행 주식 수를 줄이면 주가 상승효과를 노릴 수 있다. 다만 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지배 구조 전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가 남아 있는 만큼, 대다수 주주가 동의한다면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상당하다고 들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혁신성장하려면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고하다. 국회의원은 이해충돌 관련 제도가 있어서 일반적인 주식투자를 못 하지만 ETF(상장지수펀드)는 투자가 가능하다. 그래서 이 대통령도 선거 과정에서 ETF 상품을 취득했는데, 수익률이 아주 좋은 거로 안다(웃음). ETF 상품은 정말 지수 전체가 상승해야 되는 것이라서 코스피 지수 ETF 상품에 대해서는 저희도 일부러라도 하려고 한다.”
“한국 주식시장, MSCI 선진국 지수 편입돼야”
유동성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서 얘기되고 있는 게 퇴직연금 기금화다. 퇴직연금은 가입자 다수가 각자 스스로 투자방식을 결정한다. 노후보장 자금이라 원금 안정성 우선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다. 그런 이유로 퇴직연금 420조원이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활용되지 않아 증권회사 영업이익만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도 퇴직연금 기금화를 추진할 때가 됐다.”
퇴직연금을 기금화하면 확실히 주식시장 활성화에 더 기여할 수 있다고 보나?
“그렇다. 기금화하면 분산투자, 장기투자로 제대로 할 거고, 그러면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제가 국회 연금특위 간사이기도 한데, 이게 주식시장 활성화 특위와 맞물리는 지점이어서 더 깊이 연구하고 있다. 또 하나, MSCI 지수(미국의 금융지수 정보 제공 회사인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이 제공하는 여러 지수 중 선진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종목으로 구성된 주가지수) 편입도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9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갔을 때 ‘여기 모건스탠리 직원이 있느냐’며 ‘우리 지수 편입 열심히 좀 잘 봐 달라’ 이런 말 농담 삼아 하지 않았나(웃음). 요즘 한국 시장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으니까 이 문제도 조만간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본다.” (오 의원의 전망대로 연말쯤에는 한국 주식 시장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전격적으로 금산(금융·산업) 분리 완화와 퇴직 연금 기금화를 카드로 쓸 가능성도 있다.)
내년부터는 ‘정책의 시간’ 아니라 ‘시장의 시간’
주식시장 배당 활성화를 위한 배당소득 분리 과세 카드도 현안이다.
“배당소득 분리 과세를 저희가 야당이었던 작년에는 부결시켰다. 정권이 교체된 지금은 새 정부 안(案)으로 들어왔는데, 그때와 메시지 충돌이 없도록 잘해야 한다고 본다. 이 의제는 지금 대통령실과 당이 주도하고 있는데, 정부가 제대로 따라왔으면 한다. 저는 세제는, 기본적으로 공정 과세하고, 가치투자·분산투자·장기투자에 유리하게 개편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11월 10일, 민주당과 정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기존 정부안 35%에서 민주당 의원안인 25%로 추가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금융지주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금융주를 적극 매입하면서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일련의 현안들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현재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증시가 12월부터 다시 강세장이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면 이 대통령 공약처럼 코스피 5000이 달성될까?
“우리가 코스피 5000선을 만들겠다, 시장 가격을 정부가 언제까지 뭘 하겠다 이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본이 10년 동안 밸류업 정책을 통해서 닛케이지수가 3배가 됐다. 우리도 5년 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하면 4000에서 4500까지 갈 수 있겠다, 잘하면 5000 정도까지 갈 수 있는 거 아니냐, 특위에서는 그 이야기를 담론으로 제기했던 거다. 그게 생각보다 빨라졌을 뿐이고… 앞으로 약간의 조정 국면도 있겠지만 큰 추세에서는 주식시장에서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고, 시장 참여자들이 분별력을 갖춰서 장기 투자를 하고, 기관 투자자처럼 서로 소통해서 정보 취합 능력을 갖게 되면 그때부터는 시장이 끌고 간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가 내년부터는 ‘정책의 시간’이 아니라 ‘시장의 시간’이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최근 금융연구원은 정부의 재정 확대에 힘입어 내년 2.1%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내년 성장률 전망을 1.6%에서 1.8%로 높여 잡았다. 수출은 다소 줄겠지만 확장 재정이 내수 회복에 기여할 거라는 분석이다. 주식시장에 신뢰가 작동되고, 기업들의 실적이 뒷받침되면 일본처럼 한국 주식시장도 강세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오 의원의 전망인 셈이다.
